“안 씻어도 괜찮더라고요.” 일반 지구인과는 좀 다른 사람들이 나오기로 유명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16년 동안 목욕을 하지 않은 여성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화장을 두껍게 하기 때문에 얼굴과 손발만 씻는다는 그녀.

몸에 비누는커녕 물도 묻히지 않았다는 다소 충격적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청자를 놀라게 한 것은 피부과 검사 결과 피부 상태가 양호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군의관 복무 시절, 13박 14일 혹한기 독수리 훈련을 받을 때였지요.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야전식으로 때우며 훈련을 받다 보니

세면도 개울물에서 살짝 물을 묻히는 정도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불결했을 텐데 피부 상태는 꽤 괜찮은 편이었답니다.

결론적으로 목욕을 자주 안 한다고 해서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피부에 별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합니다.

특별한 피부 질환을 앓고 있다면 피부 청결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목욕이나 머리 감는 걸 자주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제가 숙명여자대학교 실버 케어 과정 강의를 준비하면서

노년기의 흔한 피부 질환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가장 흔한 피부 질환 중 하나가 피부 건조증이었습니다.

노년기 피부 건조증의 가장 큰 원인 은 피지 분비 감소이지만, 가장 흔한 후천적 요인 중 하나는 잦은 목욕 이었습니다.

특히 때 타월로 때를 미는 것은 피부 건조증을 부채질하는 것이니 주의해야겠습니다.

젊은 층에서도 피부 건조증은 아토피 등의 질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너무 뜨거운 물로 몸을 씻거나 세정제를 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